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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저널리스트 권철-지진때 다리 잃은 소녀 위해 밥줄 내놓다(오마이뉴스)

“그냥 관광지로 만들었어요. 사람들은 다 깔린 채로 있고. 그걸 일부러 보러가는 관광객들도 그렇지만, 이걸 정부가 공식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니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가죠.”

지난 5월, 중국을 강타한 쓰촨 지진의 피해 현장을 뷰파인더 너머로 담아내었던 포토저널리스트 권철(41). “쓰촨 대지진, 시체사진이 전부는 아니죠”라는 기사를 통해, 절망과 희망이 동시에 존재하는 쓰촨을 생생하게 다룬 그의 사진이 소개된 바 있다.

수첩을 보니, 그 기사의 원고료와 독자들이 보내온 모금액 12만1360원(1만590엔)을 권철에게 전달한 게 7월 24일이다. 신주쿠 가부키쵸에서 만난 그는 “두 다리를 잃은 류쇄(14)의 의족 제작비용에 꼭 보태겠다”며 몇 번이고 <오마이뉴스> 독자들께 고마움을 표했던 기억이 난다.

12월 초순, 약 4개월 만에 권철을 다시 그의 활동무대인 가부키쵸에서 만났다. 류쇄의 의족은 만들었는지, 쓰촨은 어느 정도 복구가 되었는지, 물론 6월보다는 희망적인 쓰촨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서 말이다. 그런데 그 기대는 불과 5분 만에 깨졌다.

“가장 피해가 컸던 지역 중에 베이챤·멘양이 있는데, 여기 버스터미널에 도착하면 속칭 ‘버스관광 삐끼’들이 좍 깔렸어요. 중국돈으로 300∼400원에 지진 피해가 가장 심했던 지역을 일주하는 버스투어죠. 성도 지방정부도 공식적으로 관광지 조성하겠다고 하네요.”

일본 내에서 중국 소식을 전하는 <리코드 차이나>의 인터넷판에는 ‘쓰촨 대지진, 관광지 조성으로 무너져버린 지역을 살린다’(10월 1일 자)라는 기사가 떠있는 등, 대부분의 중국관련 미디어들은 관광지 조성에 대해 긍정적인 논조다. 그러나 권철은 이렇게 비판한다.

“문제는 그 안에 아직도 사람이 수만 수십만명이 깔려 있다는 것입니다. 그냥 손놨다 이겁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상식적으로 볼 때, 가족 친지들 뼈 한 조각이라도 찾으려고 하지 않겠어요? 그런데, 정부가 나서서 복구하는 비용도 줄이고, 관광수입도 얻고 일석이조니까 관광지 선언을 해버리는 겁니다. 이게 말이 되는 건가요?”

권철은 10월 16일 귀국 직후 이에 대한 르포를 <주간 포스트>에 기고해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당연히 인명구조가 선행된 이후 관광지 조성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의 뒤통수를 때려버린 중국정부의 막가파식 행정을 까발린 것이다.

“사진이란 게 뭡니까? 결국 만나는 거예요”

조금 흥분했던 그가 <오마이뉴스>에도 다루었던 류쇄·천리와 재회한 화제로 넘어가자 표정이 밝아진다. 가방에서 사진주간지 <프라이데이>(11월 17일 자)를 꺼낸다. 그가 촬영한, 의족을 달아서 그런지 환하게 웃고 있는 류쇄의 사진이 실려있다.

“어? 의족 달았네요”라고 말을 건네자, 권철은 손을 내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왜 저번(5월)에 다녀왔을 때 <데이즈재팬>(일본 최고 권위의 사진월간지) 등에서 류쇄 두 다리 잃은 거 다루고, 거기서 제가 의족 모금하겠다고 했잖아요. 물론 <오마이뉴스>도 다루어주셨구요. 그런데 그런 내용들이 저 쪽에 넘어갔는지 몰라도 어느 날 갑자기 병원 측이 의족이 아니라 ‘의족 비슷한 것’을 그냥 볼트로 붙였다고 그러네요. 이제 퇴원도 했으니까 내가 제대로 해주려구요.”

권철은 한화 약 300만원이 드는 의족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캐논 카메라 2대를 처분했다. 사진으로 먹고사는 프로사진가가 말도 통하지 않는 타국의 취재원을 위해 자기 밥줄을 내놓은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프로로서 실격이다. 실제로 그에게 “그는 미친 게 틀림없어”라고 스스럼없이 말하던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이렇게 말한다.

“그럼 난 프로 안 하면 되지(웃음). 사진이란 게 뭡니까. 결국 피사체하고 만나는 거예요. 절망이 가득한 재난지라는 선입견을 류쇄가 천리가 깨버렸어요. 희망이란 걸 보여줬고 난 그 희망을 보여준 것에 대한 답을 해줘야 하는 거죠. 여기에 무슨 프로가 저널리스트가 있나요?”

그가 이번에 찍어온 사진을 보니 류쇄가 가짜 의족임에도 환하게 웃고 있다. 말도 안 통하는 외국인 아저씨가 반년의 시간을 넘어 돌아온 것에 대한 환희다. 천리는 일본에서 아저씨가 온다고 일부러 일본어 티셔츠를 입고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눈부시게 환한 미소에 꾸밈이 없다.

“의족 달아주고 끝나는 게 아니고, 매년 간다고 약속했으니 가야죠. 아참, 박 형도 언제 한번 같이 가요.”